대리인 비용 낮추고 주주권 강화 기대 [상법 개정 주요 쟁점 살펴보니]
대리인 비용 낮추고 주주권 강화 기대 [상법 개정 주요 쟁점 살펴보니]
Blog Article
재계와 자본 시장 시선이 상법 개정안에 쏠린다. 개정안 속 내용만 보면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보다 ‘강하다’. 자본 시장에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자초한 기업의 행태를 고려하면 올바른 방향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재계에선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KRX) 통합관제센터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시장감시본부 실무 직원들과의 현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고려저축은행다이렉트론
① 이사 충실 의무 확대
대리인 비용 최소화 vs 기업 위축
VIP자산운용은 최근 롯데렌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철회를 요구했다. 롯데렌탈은 올해 2월 대주주인 호텔롯데가 보유한 지분 56.17%를 어피너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에 주당 7만115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롯데대구 아파트 전세
렌탈 이사회는 어피너티 대상 대규모 신주 발행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주당 발행가는 2만9180원이다. 해당 유상증자로 어피너티는 지분율을 63.5%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자연스레 전체 평균 매입 단가는 약 16% 낮아졌다. VIP자산운용은 이를 “일반 주주 권리를 침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주주가 보유 지분을 고가에 매각하는 동시에 대주주가 임명한농협서민전세대출
이사회는 매수자에게 추가 지분을 ‘헐값’에 배정해 일반 주주 보유 주식 가치가 희석됐다는 논리다. VIP자산운용은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해 기존 주주 지분율이 희석돼 일반 주주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일반 주주가 피해를 보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앞으로 이 같은 갈등 사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상법 개정안 통과농협 국민행복기금
시 이사의 충실 의무가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법적 처벌 근거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일반 주주가 손해 보는 구도에서 대립하는 구도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며 “주주 입장에선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리인 비용은 미국 경영대구보금자리주택
학자 마이클 젠슨과 윌리엄 메클링이 1976년 발표한 ‘대리인 이론’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레 주식 소유가 분산된다. 주주 목소리는 약해지고 회사 조직을 장악한 경영진 입김은 세진다. 점차 경영진은 주주 눈치를 보지 않고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 주주와 경영진 간 이해 상충이 발생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나 경영진 감시중소기업진흥공단 진주
를 위한 비용 등이 모두 대리인 비용이다. 특히 국내 기업은 주주의 대리인 비용이 큰 편으로 꼽힌다. 경영진이 지배주주인 오너·세습 경영 체제가 대부분이라서다.
이상헌 iM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기업의 경우 대리인 비용 발생의 대부분은 경영권을 가진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 때문”이라며 “대표적으로 지배주주가 경영권을 2~3세에게 승계대출계산기
하기 위해 가족이 소유하는 계열사를 설립하고 해당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해당 계열사 가치를 높인 후 상장 등을 통해 상속 자금을 마련하는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리인 비용 문제가 일부 해소될 전망이다. 경영진이 주주 이익에 반할 경우 주주들이 경영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sc제일은행
때문이다. 이상헌 애널리스트는 “이사(경영진)가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에 불리한 결정을 할 경우 상법상 손해배상 책임 또는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를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다”며 “주주 간 이해 상충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주주 충실 의무 도입 시 기업 지배구조 부산 자동차
투명성 제고가 예상된다”며 “기업가치는 상승하고, 외국인 투자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재계는 부정적 시선을 보낸다. 일반 주주의 소송 남발로 기업 활동에 제약이 생길 것이란 걱정이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매출액 상위 600대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상법 개정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인의 56%가부산제2금융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등으로 구성된 상법 개정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인수합병(M&A) 등 투자 전략에도 영향을 미쳐 “M&A가 축소될 것”이란 대답도 46%에 달했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국내 상장 기업 153개사 대상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시 M&A에 미치는 영향’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가 확대되면 ‘M&A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거나 ‘철회·취소’하겠다는 기업이 절반 이상(52%)으로 집계됐다.
② 집중투표제 활성화
주주권 강화 vs 경영권 위협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집중투표제 도입도 화두 중 하나다.
현재 국내 기업의 집중투표제 도입률은 2~3% 수준에 그친다. 삼일PwC 거버넌스센터가 내놓은 ‘이사회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5000억원 이상 상장 기업(비금융업) 482곳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전체 3% 수준이다. 482곳 중 약 14곳 정도만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는 의미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여러 명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가령 5명의 이사를 뽑는다면 1주를 가진 주주는 총 5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 표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거나 여러 후보에게 분산해 투표할 수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 추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상헌 애널리스트는 “주주 행동주의를 실행하는 사모펀드나 기관 투자자, 소액주주 등이 이사 선임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며 “이사회 구성 변화로 소액주주권 강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계 일각에선 집중투표제 도입 시 과거 일본이 겪은 시행착오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본은 1950년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 이후 20여년 뒤 기업 경영권 보호 등을 이유로 폐지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올해 초 권용수 건국대 KU글로컬혁신대학 교수에게 ‘일본 회사법상 집중투표제 도입 및 폐지에 관한 법리적 검토’ 연구를 의뢰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은 1974년 기업 경영 저해, 경영권 위협 논란 등을 이유로 집중투표제를 임의 규정으로 전환, 의무화를 폐지했다. 당시 일본에선 외국인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배했는데, 집중투표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외국인 자본이 몰릴 경우 일본 기업 경영권이 외국 자본에 넘어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권 교수는 “한국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자격 미달 이사가 선임되거나 기업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일본 사례를 보면 집중투표제가 회사 이익을 위한 것인지, 특정 소수파의 이익만을 반영하기 위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며 “집중투표의 부작용 해소 방안 없이 무턱대고 집중투표를 의무화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강조했다.
③ 시끌시끌 ‘합산 3% 룰’
편법 막을 해법 vs 기업 독소 조항
상법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도 포함됐다. 3% 룰은 현행법에도 존재한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대주주의 이해 충돌을 줄이기 위해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다만 반쪽짜리 오명을 들어왔다. 대주주가 특수관계인 등에게 이른바 ‘지분 쪼개기’ 편법을 이용해 사실상 3% 이상 의결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른바 ‘합산 3% 룰’이다. 종전 당론에는 포함돼 있지 않던 내용이다. 오기형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TF 위원장은 “현행법이 (소액주주 권리 강화 등) 목적을 달성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추가 논의를 위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경영권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관련 연구 결과도 있다. 2020년 한국산업연합포럼은 합산 3% 룰 도입을 가정했을 때, 국내 15대 상장사 가운데 13곳(87%)에서 헤지펀드 등의 추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은 국내 투자자가 얼마나 헤지펀드에 동조하느냐에 따라 15개 기업 모두가 사정권에 든다는 점도 덧붙였다.
3% 기준에 대한 이렇다 할 근거가 없다는 것도 재계가 반발하는 이유다. 수많은 숫자 중 하필 3%가 기준이 돼 이어져야 하는 논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1962년 제정 상법에서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했고 이게 현행 3% 룰로 이어져, 합산 3% 룰까지 만들어지게 될 상황”이라며 “63년 전 상법이 현재까지도 남아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해외 주요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고 전했다.
④ 자사주 소각 의무화
찐 주주환원 vs 多 자사주 기업 부담
더불어민주당 상법 개정안에서는 빠졌지만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도 초유의 관심사다. 일반적으로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은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보통의 경우 취득한 자사주를 주주환원용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기업의 경우 취득 자사주를 주주환원이 아닌 경영권 방어용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해당 주권은 의결권을 상실한다. 지배주주 입장에선 사실상 보유 지분의 의결권이 강화되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주주 입장에선 국내 기업의 단순 자사주 매입은 호재가 아니다. 소각까지 이어져야 확실한 주주환원을 기대할 수 있다. 기업 실적이 동일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① 자사주 소각 → ② 유통 주식 감소 → ③ 주당순이익(EPS) 상승으로 이어져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자본 시장은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자본 시장 관계자는 “현재 주요 대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반쪽짜리일 뿐”이라며 “비효율적 자본 배치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재계는 반발하는 눈치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경영권 방어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선제적으로 자발적 상장폐지에 나서는 기업도 생겨났다. 코스피 상장사 텔코웨어 최대주주 금한태 대표는 지난 5월 19일 자진 상장폐지 결정을 공시했다. 올해 1분기 기준 텔코웨어가 보유한 자사주는 전체 발행 주식의 44.1%다. 이를 소각할 경우 지분 22.4%를 보유하고 있는 금 대표 경영권이 행동주의 펀드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4호 (2025.06.18~25.06.2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